7년 전 한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 정한 것이 있다.
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'한국에 왔으니까 일본방식을 버리고 한국사람처럼 살기' 이다.
대부분 적응을 끝냈지만 아직 나에게 한가지 못 해본 것이 있다.
일본에서는 절대 못하는 건데...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.
바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전화통화하기.
몇 년전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에 가는 길이었다.
지하철에는 좌석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서울초보인 나는 일어서서 문위에 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.
(응...그래~ 여기서 갈아타면 강남역으로 갈 수 있겠네^^)
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데도 일본넘버원 길치인 나는 몇번이고 속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.
(휴~ 어려워 잘못타면 어떡하지... 역시 부산지하철이 좋았는데~간단하다아이가ㅋㅋ)
긴장하며 노선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느껴졌다.
'부부부부부웅~ 부부부부부웅~'
잽싸게 확인했는데 서울에 사는 친구였다.
(혹시 한잔 빨자고 전화했나?? 왜 전화했지?? 받고 싶은데ㅠㅠ 다른 사람도 다 받는데 괜찮겠지? 안돼! 왠지 미안해... 아...고민되네ㅠㅠ)
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성질 급한 내 친구는 30초도 안되서 통화를 포기해버렸다ㅠㅠ
그날은 하루종일 바빠서 맥주가 한잔 땡겼는데 그 전화가 진짜 아깝게 느껴졌다.
AC~ 확 받아버릴껄~
그 순간 또 진동이 울렸다. 아까 그 친구였다.
바로 다다다다음 역이 강남역인데... 나 술먹고 싶어~ 안 되겠다 사정을 얘기해보자~
나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과감히 통화버튼을 눌렀다.
그리고 '여보세요' 라는 말도 안하고 초고속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말했다.
나 : 나 지하철이거든 조금 있다 전화할께~
친구 : 어?
나 : 뚝!
나는 사정없이 휴대폰 폴더를 접어버렸다.
이제 됐다ㅋㅋㅋ 강남역에 도착해서 다시 전화하면 술먹자고 하겠지비~ 히히히
근데 끊자마자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.
(아따~ 이 가시나~ 내 지하철이라는데 왜이라는데ㅠㅠ)
내가 전화를 무시하니까 이제는 문자가 왔다.
<문자내용> 지하철인데 왜 전화 못받아?
(헐~ 아까 잠깐 받았잖아~아무래도 길게하면 다른사람들에게 미안하지...)
나는 문자쓰기가 느리고 이제 곧 강남역에 도착하니까 도착해서 전화해주기로 했다.
어쨌든 결국 도착! 나는 카드를 찍자마자 한쪽 구석으로 가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.
나 : 미안미안! 지하철이라서 못 받았어~
친구 : 이제 좀 받을때도 되지 않았니?
나 : 아..그게..좀..
친구 : 어디야?
나 : 나 강남역이야~
친구 : 아~ 나 아까까지 강남역이였는데... 아깝다... 술 한잔 할려고 했는데...
나 : 그랬구나~ 다음에 먹지뭐~(으으,, 아까비ㅠㅠ 으으,, 억울해ㅠㅠ)
지하철에서 전화를 못 받아서 소중한 술자리를 놓쳐버린 꼴이 되버렸다 OTL
으으으으,, 도저히 못 참겠다!!! 나도 한번 받아볼까??
그 일이 있고 얼마 뒤 집으로 향하는 만원버스 안에서 기회가 왔다.
하지만 역시 무리! 역시 못받겠어ㅠㅠ
친구들은 큰 소리로 받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.....
역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다른 나라이니까.....
그래 맞아~!내가 문자 보내는 속도만 빠른다면 친구들도 답답하지 않겠구나~!!
그 후로 혼자 많이 연습해서 통화를 안해도 될 정도로 되었다(^.^) 완전 문자의 달인이 되었을 때 쯤...
나는 계속되는 공짜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생각없이 휴대폰을 질러버렸는데~~~~
어머나~ 회사마다 문자입력방식이 다르네ㅋㅋㅋ G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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