당구를 마지막으로 친 게 약 6 개월 전.
얼마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당구를 쳤다. 내 당구레벨은 빠킹없이 80이였다.
빠킹이 있다면 50인데 이건 너무 쉽고...
근데 친구들은 내가 80이라는 걸 절대 인정은 안 한다.
내가 마지막 스리쿠션까지 마무리하면 '아~ 난 역시 50이 아니다' 라고 혼자 만족하고 있는다.
근데 그런 날보고 잘하는 친구들은 '사야까는 아직 길을 가르쳐야 치잖아~' 라고 말한다ㅠㅠ
'그거는 그렇지만...'
내 친구들은 딱 한 명만 빼고 다 당구장 사장이랑 게임을 할 정도로 잘한다.
내가 친구한테 비법을 물어 봐도 언제나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.
'당구장에 수백만원만 갖다바치면 된다ㅋㅋ'
'헐~'
어쨌든 자 이제 우리도 시작~~
6개월전 80을 믿고 개인전에 당당히 참가.
큐대를 깨끗이 딱는 건 기본중에 기본~ 왠지 300인 친구도 이길 것만 같은 이 기분!
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잘하는 친구 두명은 단 20분만에 끝내 버렸다.
남은 사람은 쪼금 초보80인 나와 왕초보50인 친구.
나는 태어나서 처음 당구장비를 내게 될까봐 진짜 열심히 쳤다.
근데 50~80 초보들은 기본 다마가 와도 기본을 잊고 자꾸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.
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지만...
그날도 기본 다마가 뭐고 나는 '아~ 왠지 자꾸 돌리고 싶어~' 하는 마음이 생겼다. 그래서 삼각형 기본 다마도 나는 스리쿠션으로 자꾸 쳐버렸다.
그럴 때마다 벌써 끝난 친구들은 '자기만에 상상속에 빠져 버렸구만~' 하면서 놀리고 있는다.
근데 어떻게~ 그 길밖에 안 보인는데...
초보 둘이 긴장하니까 당구가 아니고 그냥 공 치기를 하고 있자, 잘 치는 친구들은 드디어 한계가 왔다.
300 대 300 선수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고 50대 80이 치는 당구!
픽사리, 뽀록, 겐세이, 뻔트가 난무하고 점수는 못 얻으니까 짜증날만하다.
'야 둘이 지금 빠킹 있었으면 얼만지 알아? 벌써 300이야~ 이제 그만 치자~'
우리는 진심으로 치고 있었는데 말이지 말인데...
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스리쿠션 한방으로 승부를 정하기러 했다.
더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. 정신집중하고 초심으로 다시 하기로 결심했다.
힐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당구장마다 기본 서비스로 있는 '수학선생님전용 슬리퍼' 를 착용해서 편안함을 높이고^^;
이제 다 죽었어~ 한큐에 끝내버리겠어~
그래서 다시 시작.
50인 친구는 힘이 세니까 무조건 힘으로 돌려버렸다. 돌다보면 언젠간 맞는다는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결국 내가 졌다. 50인 친구가 뽀록으로 이겼다.
내가 '뭐고~~~~이거 뽀록이잖아~' 라고 해도 '뽀록도 실력이삼....' 하면서 코구멍을 벌렁벌렁하면서 잘한 척! 뽀록나면 고개를 숙여서 미안하다고 해야지ㅠㅠ
나는 많~이 억울했지만 뽀록도 승부는 승부. 내가 졌다고 인정하고 당구비를 냈다.
그래도 짜장면 안 시킨게 아주 다행이야~ 휴~
태어나서 처음 당구비를 물어서 우울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.
내가 지다니... 근데 왜 몸이 편안하지???
이상하게 기분이 좋네~ 오늘 컨디션 좋아~
시내로 나와 친구들과 저녁을 뭐 먹을지 정하고 있는데...
아까부터 내 구두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.
으악~ㅠㅠ
내 발을 보고 나는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...
내 발에 끼워져있는 건 내가 아끼는 구두가 아니고 수학선생님이 주로 애용하는 당구장 슬리퍼가.....
어쩐지 편하더라ㅠㅠ
괜히 소리 질렀네.. 아~ 창피해~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아ㅠㅠ
내 인생 최악의 날! 처음 당구비도 내고 슬리퍼의 굴욕까지...
어리버리에서 좀 벗어나는가 싶었는데... 자꾸 이런일이 생기네... 나 어떡해!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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