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tep 1 겉절이 김치 (어학연수)
20살 뉴질랜드 어학연수때 한국사람을 처음 봤고 일본사람인 나를 가족처럼 챙겨주고 잘해주는 한국사람들이 좋았고 한국음식도 맛있었다.
마치 방금 만든 겉절이 김치처럼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었다.
처음 김치를 맛 본 '초밥 양'은 김치가 꽤 매웠지만 그 김치가 마냥 신기했고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.

step 2 잘 익은 김치 (어학당 시절)
겉절이 김치에 빠져 결국 무작정 한국으로 유학을 갔다.
낮선 곳에서 낮선 문화에 말도 안 통하고 무조건 초밥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로 힘들었다. 그래도 겉절이 친구들이 잘해줘서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.
'초밥 양'은 겉절이 김치 때가 그리워졌지만 겉절이김치보다 라면에 짱 맛있는 적당히 익은 김치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.

step 3 신 김치 1 (부산대학교 초반)
김치가 이렇게 맛이 없는지 몰랐다.
완전 대실망이다. 그래서 김치가 싫어졌다.
근데...
근데...
'초밥 양'은 단지 신 김치를 먹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다.
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초밥양은 외로운 한국에서 김치 욕만 하는 초밥이 되었다.

step 4 신 김치 2 (부산대학교 후반~현재)
돌아가고 싶었지만 나는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.
그리고 한국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져서 역사책도 많이 읽고, 문화책도 많이 읽고, 여행도 많이 다녔다.
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.
꿈을 이룬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.
바로....
신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.
보쌈에 싸서도 먹고 김치찌개나 청국장에도 넣어 먹고 고등어김치찜으로 먹고 회와 같이 싸먹는 방법도 깨달았다.
'초밥 양'은 드디어 겉절이부터 신김치까지 모든 김치를 좋아하게 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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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pm의 재범군의 한국비하로 요즘 한국이 난리다.
모든 일에는 슬럼프가 있기 마련이고 외국생활도 마찬가지이다.
심지어 한국사람이 한국에 살아도 슬럼프가 생겨 한국이 싫어질 때도 있다.
지금 생각하면 한국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과거지만...
나 또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국이 그냥 싫어진 적이 있었다.
반드시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'한국사람과 다른 나의 소심한 성격, 한국에서의 나의 불확실한 미래, 일본과 문화가 다른 한국'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잠깐 슬럼프에 빠진 것 뿐이었다.

나에게 20대를 다 바친 9년간의 한국생활동안 제일 큰 소득이 뭐냐고 묻는다면...
유창해진 한국어도 아니고, 블로그로 책을 낸 것도 아니다.
바로 '한국과 한국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것' 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.

내 경험으로 볼 때 2pm의 재범군은 신김치의 맛을 이제 막 알기 시작했다.
근데 겉절이 김치를 좋아했던 시절에 신김치가 맛없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얼마 전에 떠나야만 했다.
그 글이 유감이기는 하지만 이해심있게 생각해본다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고, 재범군이 한국을 사랑하게 되어가는 과정마저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 싶어 정말 안타깝다.
나는 재범군이 한국사람의 격려로 다시 한국으로 와서 진짜 신김치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(^.^)/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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